http://dnews.co.kr/m_home/view.jsp?idxno=201811261026585790430
[시론] 한국의 공공주택정책 모델을 수출하자
오래 전에 주택복권이라는 것이 있었다. 매주 1등에 당첨되면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는, 서민들에게는 ‘내집마련’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그야말로 지금 유행하는 ‘대박’ 중의 ‘대박’
www.dnews.co.kr
오래 전에 주택복권이라는 것이 있었다. 매주 1등에 당첨되면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는, 서민들에게는 ‘내집마련’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그야말로 지금 유행하는 ‘대박’ 중의 ‘대박’이었다. 1969년 ’한국주택은행법‘의 의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사업을 목적으로 도입된 주택복권은 1983년 올림픽복권 발행과 함께 잠정 중단될 때까지 서민주택 약 4만 5천호의 건설을 지원하는데 사용되었다. 당첨금을 제외한 수익금을 공공주택 건설에 투입함으로써 정부의 부족한 재원에 큰 역할을 하였다. 다시 말하면 그 당시 공공주택 공급에 활용하였던 국민주택기금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다. 이렇게 오래된 주택복권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10여 년전 연구원의 대외협력업무를 맡아 일하면서 베트남의 건설부와 여러 차례 교류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주로 건설부 소속 연구원과의 MOU 체결과 공동세미나 개최 등 활발한 협력을 추진하였고 최근에도 새롭게 교류를 시도 중이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건설부 공무원들은 한국의 신도시 개발은 물론 대량 주택공급에 대하여 큰 관심을 보이곤 했다. 일본이나 유럽의 선진국을 가서 봐도 그다지 넓지 않은 부지에 몇십 년씩 걸려 개발하는 경우만 있다 보니 당장 그들의 시급한 주택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후에도 다른 개도국 공무원과의 접촉 경험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하곤 했는데 관심과 더불어 한국의 경험에 대하여 배우고자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 발전을 이루어 가면서 도시화와 증가하는 인구가구에 따른 수요의 확대에 맞추어 주택의 대량공급을 실현한 한국의 사례는 사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모델이다. 뒤늦게 경제적으로 이러한 단계와 부족한 주택수요에 적합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자 하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에 있어 이 이상 매력적으로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적인 정책 모델을 우리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개발도상국들한테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던 시기에 주택을 대량으로, 그것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을 일이다. 그런데 우선 제도적으로 치밀하게 마련된 법체계와 추진 주체, 그리고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재원마련 방법을 마련하고 실행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할 정도로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정부를 중심으로 주택공급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였다. 특히 10년 단위의 장기 주택종합계획과 이를 기반으로 한 매년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였다. 중앙정부의 목표는 각 지자체의 참여와 협력 하에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정부의 전담부서를 통한 주택공급 행정체계와 추진 주체의 역할을 중심으로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공기업도 그 몫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공공주택을 공급하는데는 부지와 재원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토지수용과 보상제도는 공공택지를 확보하기 위한 택지개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다. 택지개발을 담당하는 공기업에 이러한 업무를 부여하였던 것도 안정적인 택지 확보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다.
경제 개발 시기에 대규모의 재원 마련이 가능했던 데는 국민주택기금(현재는 주택도시기금)이라는 선순환이 가능했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제도가 있었다. 기금의 주요 수입원은 재정 외에도 앞에서 소개한 주택복권과 청약저축, 그리고 국민주택채권이었다. 청약저축은 주택을 분양받기 희망하는 국민들에게 내집마련을 위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꾸준히 저축을 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했던 국민주택 분양에 공정하게 우선 순위를 정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서도 활용되었다. 준조세 성격의 국민주택채권은 가장 안정적인 재원으로서 역할을 해주었다. 채권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면허, 인허가를 받거나 부동산 등기 등록을 하는 경우, 국가나 지자체 및 정부투자기관과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였다. 또한 2종 채권은 공공택지 내에서 건설,공급되는 주거전용면적이 85㎡를 초과하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을 공급받고자 하는 자가 매입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상당 금액을 주택을 건설하는 업체에 융자를 하고 이 중 일부는 입주자가 대출로 전환받아 갚도록 하였다. 특히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선분양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기금은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이외에도 한국의 공공주택정책 모델은 주택보증제도, 입주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체계적으로 만들어졌고 발전되어 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동남아는 물론 중남미 등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 원조의 대상이었던 우리 나라가 이제는 낙후된 다른 나라에 경제적 지원을 할 만큼 성장하였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낫다는 옛 가르침이 여기에도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문효곤 LH 토지주택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