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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는 즐거움

부담없이 웃어 보자 - `위험한 상견례`, 그리고 송새벽 이야기


코메디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마음을 편하게 갖고 극장에 들어간다.

내가 먼저 절대 심각해서도 안되고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볼 때처럼

비평적이거나 관찰적이지 않을 작정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웃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아예 웃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이는 '옥의 티'는 물론 더용서가 안되는 설정들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위험한 상견례'는 영호남의 갈등을 웃음으로 적당히 버무리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참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역시나 자주 웃게 만들어 주던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가 돋보였다.

관객들을 영호남 어느 편도 아닌 제3자가 되어 사랑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응원하듯

공감의 대열에 동원시킨 것도 성공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결말은 물론 조금 후의 상황이 쉽게 예측해 버리는 것은

참고 싶어도 어쩔 수없이 하게 되는,영화 많이 보는 사람의 습관같은 것이라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해피엔딩의 결말을 쉽게 예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코메디영화는원래 결말보다는 웃겨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말은 그냥 카타르시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몇몇눈에 익숙한 장면도 있었다.

야구장에서 야구복을 입은 어린 '이대호'가 지나가는 장면은

김현석 감독의 '스카우트'에서 역시 어린 '이종범'이 나왔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먹었건만 그 웃음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없는 감상 후의 여운이다.

나부터가 전라도가 고향이고 원치 않는 차별이나 편견을 몇 번 경험했던 것이

두고두고 기억이 남아 있는 채로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살고 있고

그렇게 살도록 세상 또한 변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그대로이다.

'지역감정'.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단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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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글에도 있지만 송새벽을 처음 발견한 것은 '마더'에서였다.

어눌한 말투에 원빈 앞에서 세팍타크로 시범을 보인답시고 사과를 발로 차던 그 연기가

어색하면서도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뒤로 '시라노 연예조작단', '해결사', '부당거래' 등 비중있는 조연으로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으니, 2010년 가장 화려하게 등장한 관심가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전라도 그중에서도 전라북도 사투리는 그 특징이 대체로평범한 편이다.

북도 사람들이 남도 사투리를 확연히 구별할 만큼 어찌 보면 충청도 사투리에 더 가깝다.

큰 억양이 없는지라다른 지방에 가면 쉽게 동화되기도 한다.

사투리 얘기를 굳이 한 것은 송새벽이 그동안 일관되게 보여준 어눌한 전라북도 사투리로

편하게 연기했다면(고향이 군산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만)

이 영화에서는 남도 사투리를 써야 하므로 그 점만 본다면 약간은 진화를 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전의 연기 방법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은 이제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

아쉽게도 관객들은 똑같은 모습에 '일관성'이라는 찬사보다는 '무성의'나 '한계'라는 표현과 함께

쉽게 질려 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위험한 상견례'는 흥행도 괜찮고 평도 나쁘진 않은 듯하다.

그래서 송새벽의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스스로의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송새벽이 등장했을 때 일부 평론가들은 '송강호'를 견주어 논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개인적으로 참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출연한 영화를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보았을 만큼

무척 좋아한다.

송새벽이 그와 비교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가 유행어처럼, 또는 성대모사에 자주 나오곤 하던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의 '넘버3'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것을 기억하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다.

자기 고향 사투리를 그대로 쓰면서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프리미엄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송강호가 이창동의 '밀양'에서처럼 편하게 연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그 이유이다.

사투리를 버리고 연기자의 폭을 넓힌다는 것이 그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반증도 된다.

어쨌든 그는 이후 맡은 많은 역할에서 지역 색을 빼는 노력을 해왔고 그래서 훌륭하게 배역들을 소화해 내고 있다.

송새벽이 송강호에 견줄만 한 배우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고민해야 할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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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있는 경상도 아가씨 역할을 맡았던 이시영도 참 흥미로운 배우이다.

얼마 전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할 만큼 잘나가는 복싱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푹 빠져서 이루어내는 점.

그러한 점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좀더 기대하게 한다.

'위험한 상견례'는 고민 안하고 편하게 보고 부담없이웃을 수 있는 좋은 코메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