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海(황해)를 보다
2008년에 개봉한 우리 영화 중 손을 꼽으라면 그 중에 '추격자'를 빼놓을 수 없다.
30대 중반의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이 더욱 신선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그 한편만으로도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감독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개인적인 호감말고도 데뷔작으로 대종상 감독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타고난 재능이야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최근의 유망한 감독들이
대체로 제대로된 영화연출 공부를 했기에
일단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나감독 역시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출신이다.
추격자는 정확히 세 번을 보았다.
얌전한 느낌의 하정우와 원래부터 거칠어 보이던 김윤석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그 세 사람이 다시 만나 다른 영화를 만든다는 점부터 사실은 관심을 끌었다.
감독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작품을 같은 출연진으로 만든다는 것부터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휴가도 낸 김에 도저히 궁금해서 안되겠기에 오늘 조조로 감상을 하였다.
기대했던 대로 영화적 완성도는 '추격자'를 한참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다양한 로케이션을 통해 현장감 넘치는 씬을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물량이 투입된 흔적이 충분했다.
액션의 강도나 규모 면에서도 대작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대개의 액션영화에서 담곤 하는 차량 추격신도 뻔한 듯하면서도 스케일이 상당했다.
잔인함을 표현하는 것도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와 겨룰 만 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하지만
황해는 어둡고 거친 영화다.
전체적으로 영상의 색채도 추격자보다 더 그렇게 담았다.
상당부분 사실에 근거한 내용도 있다는 기사를 보아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참 마음이 아팠다,
영화는 어떤 주장도 하지 않고 연기와 장면 만으로 메시지를 담고 있을 때 여운이 남곤 하는데
황해는 전작에 비해 그런 부분에서 충실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
딱 두 편으로 단정짓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나홍진감독은 자신의 작품의 색깔을
그렇게 어둡고 거칠게 규정하였고 메시지와 여운은 한결 강해졌다.
그러면서도 황해의 연출 정도라면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계속 기대해도 좋겠다.
이번 주말 쯤 다시 한번 볼 생각이다.
좀더 진지하게 그리고 여유있게 들여다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