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삶의 흔적

김삿갓의 조롱

아침마루 2010. 7. 27. 11:56

어린 시절 아버지 덕에 일찌감치 한글을 깨치고 친척집을 기웃거리곤 했다.

나름 책읽는 즐거움을 깨달았던 것이다.

워낙 귀한 탓에 아무 책이나 닥치는대로 읽었던 것 같다.

조금 크면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시절 어디에서 읽은 책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마냥 신기하고 웃겨서 오래도록 메모해 놓고 외웠던 김삿갓의 시 한수를 옮겨 본다.

어느 서당에 갔다가 남루한 차림 때문에 푸대접을 받고서 시 한 수 남기노라며 휘갈기고 갔다고 한다.

이 시만 봐도 이 분은 천재였다.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서당인 줄 일찌감치 알았지만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    생도는 겨우 열 명도 안 되네.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방안에 있는 녀석들은 잘난 척만 하고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    선생은 나타나 인사조차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