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삶의 흔적

연구원 고양이

아침마루 2011. 6. 19. 14:15




며칠 전 밤 10시 넘어 퇴근하려고 나오는데
연구원 1층 현관 앞에 이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사람사는 집이나 주변 식당이 몇 백미터씩은 떨어져 있어
집고양이도 아닐 듯 한데다가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경계를 했습니다.
마당넓은 집에 살던 어린 시절 우리 집에 놀러오곤 했던
어떤 고양이한테 한 번 할퀸 적이 있어서
그 뒤로 늘 그랬습니다.

사실 주인없는 도둑고양이들은 먼저 사람들을 경계하지요.
그런데 이녀석이 바짝 다가오더니 다리에 붙어 몸을 비비고
스스로 뒤집어서 배를 보이며 아양을 떠는 겁니다.
배가 고파서 그러나보다 하고 사무실 안에 다시 들어가
먹이가 될 만한 걸 찾다가 일단 급한 대로
과자 몇 개를 갔다 주었습니다.
작년에 본사 지하주차장에서 만났던 아기고양이가
과자를 주니 먹었던 기억이났습니다.
이 녀석도 처음엔 좀 먹더니 자꾸 저한테 바짝 와서
애틋한 눈빛을 보냅니다.
뭔가 다른 걸 달라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1층 사무실에 야근 중인 후배한테 얘기를 하니
냉장고 안에 있던 치즈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조금씩 떼어주는 후배 손앞에서 정말 잘 먹더군요.
하나를 먹고도 양이 안차는지 그 후배 얼굴을 올려다 보며
주위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나 더 먹이는 걸 보면서 퇴근을 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 보니 누군가 현관 앞 귀퉁이에
고양이가 먹을 사료와 물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전날밤 치즈를 먹인 후배나 그 주변 동료들의 생각 같았습니다.

듬뿍 담긴 사료만큼이나 제 마음도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