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연기가 돋보인 `블랙 스완`
참 간만에 작품성 뛰어난 영화를 보고 왔다.
특히나 요즘은 CG를 비롯해서 기술의 도움이 잔뜩 동원되는 형태가 많기에
모처럼 연기력 탄탄한 배우가 중심이 되는 '블랙 스완'은 무척 돋보이는 기분 좋은 영화다.
1994년 14살의 나이로 '레옹'의 마틸다 역을 맡아데뷔했던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
간간히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작품이 있었지만, 이번 만큼 완벽했던 적은 없었던 것같다.
그러나 레옹에서의 잠재력을 비추어 본다면 어쩌면 그만한 작품을 못만났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물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던'클로저'에서의 그녀 연기는 개인적으로맘에 들었었다.
'천일의 스캔들'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진작부터 헐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라는수식어가 수반되었지만이 정도까지는아니었던 듯 싶다.
'블랙 스완'에서의 그녀에 대한 평은 여러 감상평에서 회자되고 있는 마지막 대사 "I was perfect."를 인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듯 싶다.
바로 그녀의 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이자 많은 이들이 맞장구칠만 하기 때문이다.
'백조'와 '흑조'가 주는 대립적인 양면성은 도저히 공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기에
주인공 니나의 절박함은 시작된다.
그러나 분장으로 바뀐 겉모습 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흑조'를 정말 퍼펙트하게 담아 버리게 되는 순간,
결국 그녀는 미치는 것조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에 관객 또한 미쳐가는 것처럼 몰입시켜 버린다.
그것이 그녀가 보여준 연기의 힘이었고 찬사를 보낼만한 이유이다.
'레옹'에서의 천진난만하지만 결코 얕지 않았던 소녀를 기억한다면 그녀의 연기는 타고난 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블랙스완'에서 보여준 연기가아마도 재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발레 연기가 놀랄 만큼 뛰어나다. 수많은 연습과 노력의 결과임은 굳이 안 봐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그녀의 이력도 '니나'역을 연기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어쩌면 감독이 기획한, 심리 변화의 폭이나 깊이가 적지 않은 니나를원하는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소화해냈음이
분명해 보인다.
몇 시간 후인 2월 28일 오전(한국시간)이면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편집상, 이렇게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이미 미국 비평가상, 골든글러브에서 받았지만이번 오스카여우주연상도 꼭 수상할 것으로 확신한다.
'블랙 스완'은 역시나 연기력에 발판을 둔 조연들의 활약도 뛰어나다.
그리고 '백조의 호수'라는 소재가 말하듯 내내 흐르는 음악이 참 아름다운 영화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종종 풀어주어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다음 주쯤 다시 한번 보러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