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에 다녀 오다
아이들 방학 끝나기 전에(둘째 방학 숙제도 할 겸) 꼭 보러 가리라 맘먹었던 '샤갈전'에 다녀왔다.
변함없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주말, 서울은 한참더 추웠다.
불과 30여킬로미터 더 북쪽으로 간 차이때문은 아닐텐데...콘크리트 빌딩이 가득해서일까.
한여름에 태양의 열을 머금어 반사해 내는 덩치큰 그것들이 이번엔 차가운 얼음덩어리처럼
냉기를 뱉어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울시립미술관까지 걸어가는 덕수궁 돌담길이 오늘 유난히 더 높고 차갑게 느껴졌다.
사실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막연히 고교 시절 아주 잠깐 미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타의적으로 해본 적이 있는 정도이니...
그나마 주입식으로 배웠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는 '샤갈'에 대한 상식은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웠다는 정도였다.
역시나 전시관을 자주 찾을 필요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문외한이 보더라도 마술사라는 별칭보다 근처 건물에 걸려있던 대형 포스터 걸개그림처럼
'색채의 거장'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의 작품은 존경스러웠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98년이라는 생을 마감한 그가 오랫동안 남긴 작품들에는
굳이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영혼, 정신, 철학, 이야기, 회상, 추억들이 깊이 새겨져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긴 생만큼이나 그것은 때로는 굵고 어두운 터치가 되었다가 어느시절에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호칭이 말을 하듯 색채는 그의 붓을 통해 화폭에 강렬하거나 몽환적인 세상을 담고 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래서인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관람객은 긴 줄을 서 있었다.
여느 전시처럼 관람을 다 마치고 나오는 출구에 준비된 기념품가게에서 도록을 한 권 구입했다.
금새 잊혀질 것이 아쉽기도 하고 아주 조금이지만 샤갈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때문이었다.
아침에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처럼 나올 때도작곡가 이영훈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남긴 '광화문연가'를 다시 흥얼거렸다,.
시청앞 지하철 역에 연결된 소공동지하상가를 거쳐서(그 바람에 추위를 조금은 피할 수 있었다)
조금 늦은 점심을 위해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명동교자에 들렀다.
3시 즈음인데도 여전히 손님이 많았고 그 중에는 오늘 역시 일본 관광객들이 상당수였다.
1984년 친구따라 처음 가본 이후 명동에 가면 거의 들리곤 하는 집...
그 맛이 항상 변함없다는 점이 놀랍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