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멘탈게임...
축구 한일전.
그것이 51년만에 우승을 노린다는 아시안컵 준결승전이 아니라 해도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필승의 의지가 있는 경기.
연수원에서 합숙 중인 평가보고서 작성반원 모두 맥주 한 잔을 함께 하며 응원을 했다.
거의 포기할 만한 연장 종료직전, 답답하게 막혀 있던 숨통이 터지듯 동점골이 터졌다.
그 골 하나가 준 기쁨도 잠시... 어이없는 승부차기 패배.
연속 세 골 모두 놓친 선수들은 하나같이 A매치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었다.
첫 번째 슟을 날리러 걸어가던 선수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2002년 준결승까지 오를 때 강팀을 상대로 승부차기 승리의 짜릿함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어이없는 패배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긴장은 했었겠지만 그 때는 모두들 자신감이 있어 보였었던 걸로 기억한다.
역시나 스포츠는 멘탈 게임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더구나 축구 한일전은 여지없이 실력의 차이보다 정신력이 더 좌우를 하곤 한다.
어렵사리 만든 승부차기에 좀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것은 냉정하게도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훌륭한 골키퍼가 막는다 해도 승부차기는 절대적으로 차는 선수에게 유리한데도 연달아 세 선수 모두 놓친 걸 보면 지나치게 긴장하고 부담을 느낀 탓일 게다. 그 또한 경험이 되어 뒷날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데 아주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지난 번 FIFA 공식대회에서 우승이라는 엄청난 금자탑을 세운 어린 여자선수들이 생각났다. 그녀들 또한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하지 않았던가.
맞다. 그 선수들은 축구를 즐기면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한일전, 그리고 우승이라는 목표가 주는 부담감이야 물론 있었겠지만 그녀들처럼 즐기는 축구를 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는 내 생각은 욕심일까.
어쨌든 승부를 떠나 120분 동안 투혼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특히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은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비록 승부는 졌지만 그 시간 동안 응원하면서 참으로 짜릿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