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본 `토이스토리 3`와 픽사이야기
나는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사실은 만화라는 장르부터 별로 즐기지 않았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을 법하다.
꺼벙이라는 만화 정도 기억이 나고, 한참 장편이 유행하던 시절이던 군생활에도 옆자리 사수가 보던
'공포의 외인구단'을 시간때우기 식으로 봤을 정도였다.
동네 만화가게 가본 것도 동생 찾으러 오라는 어머니 심부름 말고는 없었다.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때 단체영화로 봤던 '로보트 태권V'같은 영화에도 그리 감흥을 못느꼈던 것 같다.
홈씨어터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나를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 있었으니 하나는 픽사스튜디오와
또 하나는 지브리스튜디오이다.
지브리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픽사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픽사스튜디오는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에서 자회사인 컴퓨터그래픽스부문을 매각하였고
이를 스티브잡스가 천만달러에 인수하여 설립되었다.
공동설립자는 디즈니 출신의 존 라세터라는 사람이었는데 CEO를 맡으면서 제작, 기획, 감독 등을 전담하게 된다.
그리하여 처음 나온 작품이 토이스토리이고 디지탈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애니메이션이려니 했다.
그러나 토이스토리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리게 된 것은
단지 기술이 뛰어나 실사에 가까운 영상을 보여주는 것때문 만은 아니었다.
철학이 있고 감동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치밀하면서도 마음을 움직이고 몰입시키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이라 해서 단순히 흥미만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맘껏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을 충분히 주면서도 마음 찡하게 하는 메시지를 반드시 담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에는 한결같이 그 점이 공통점이다.
그러면서 영화적 매력을 주는 CG의 수준은 놀랄 만큼 진보해 나갔다.
그 정점은 몬스터주식회사이다.
셜리의 털 하나하나가 화면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은 지금 다시 봐도 압권이다.
'토이스토리 3'는 요즘 유행에 맞게 3D로 개봉이 되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극장에서의 관람을 놓치고 말았다.
기다리던 끝에 나온 블루레이를 구입하였고 집에서 감상하게 된 것이다.
일반 극영화들도 속편은 물론 3편까지 그 인기를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1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속설을 깨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은 만드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것을 내놓기가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토이스토리 3'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임을 알게 해줄 만큼 재미도 있었고 내가 믿고 있는 픽사의 장점을 다시금 보여줬다.
영화 속에서 건재한 우디와 버즈 그리고 장난감 친구들처럼 토이스토리의 감동 또한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픽사에서 만든 작품들이다.
아이폰을 쓰면서 더 굳어졌지만 픽사를 통해 이미 난 스티브잡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앞서 적은 존 라세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알기로는 픽사는 처음 5편을 맡기로 하고 디즈니사로부터 하청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하청이었던 것이 엄청난 히트를 하게 되면서 결국엔 디즈니가 74억달러에 인수 합병하게 되었다.
몰락해 가던 디즈니의 부활에 불을 지폈고 결국은 픽사가 그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당시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디즈니, 74억 달러에 픽사 인수
픽사 CEO 스티브 잡스 최대주주로 등극…디즈니 옛 명성 회복할 듯
홍지연 기자(news@kocca.or.kr)
월트 디즈니사는 10년 파트너인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74억달러(한화 약 7조2천200억원)에
공식 인수한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디즈니의 이번 매입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사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는 입지를 회복하고자 하는 야심찬
행보로 분석된다.
양사는 디즈니의 막강한 배급력과 픽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환상의 콤비’를 이뤄 10여년간
‘토이 스토리 1, 2’,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더블’ 등의 연이은 세계적인 히트작품들을 탄생시키며
세계 3D애니메이션계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양사의 제휴계약이 만료되면서 디즈니의 전 최고 경영자인 마이클 아이즈너와
픽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의 갈등이 불거지고, 더욱이 콧대 높아진 픽사가 향후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의
판권 및 이윤을 100% 차지하고 디즈니에는 배급료만 지불하겠다고 통보해 이들의 제휴관계는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아이즈너에 이어 로버트 아이거가 새 CEO로 등장하면서 협상이 재개돼
이번 계약이 체결됐다.
이번 거래는 전액 주식 양도 형태로 이뤄졌으며, 픽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또한 픽사의 회장인 에드 캣뮬은 합병되는 픽사-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회장직을 맡게 된다.
한편 이번 제휴로 픽사의 CEO이자 애플컴퓨터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최대 개인주주 자격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 점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디즈니와 애플컴퓨터 간의 영화, TV, 비디오게임 등의 콘텐츠를 컴퓨터와 아이팟,
핸드폰 등에 연결하려는 디즈니의 계획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출처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 2006-1-26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