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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록, 삶의 흔적

내가 좋아하는 홍옥

매년 요맘 때면 꼭 사서 먹는 사과, 바로 홍옥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과하면 난 그저 홍옥이 최고라고 생각해 왔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잘안나지만 일본산 부사(후지)가 우리 사과의 대표 품종으로 자리잡은 후

지금은 홍로와 같이 개량된 놈들이 최상품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달작지근하고 아삭한 그 사과들이 객관적으로는 맛있다고 좋은 상품으로서 인정을 받고는있지만

내 입맛엔 진정 사과답지 못한 그 놈들에 별로 정이 안간다.

몇 해전 충주에 출장갔다가 고속도로 진입하기 전 사온 사과는 그런 기준으로 보면 정말 최고였다.

아내도 지금도 충주가면 꼭 그 사과를 사다 달라는 얘기를 하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어쨌든 홍옥이 최고의 사과이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빨간 색의 바로 그 사과, 홍옥은 사실 베어먹기가 미안할 만큼 자태부터 곱다.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한 입을 물면 잘려진 곳 이빨 자국엔 거품섞인 육즙이 고인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서질 만큼 적당히 부드러운 살에 새큼함은 홍옥만이 가지는 사과 본연의 맛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 흔했던 홍옥이 요즘은 오히려 귀해졌다.

마치 구수한 조선된장처럼 점점 먹기 힘들어질까봐 걱정도 살짝 되곤 한다.

 

며칠 전 동네 장터에서 몇 개를 사먹고선 아예 오늘은 농장에 10kg짜리 한 박스 주문을 해버렸다.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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