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
범상치 않은 바람소리에 선잠을 자던 중 아내가 깨운다. 집 앞 나무 몇 개가 뿌리채 뽑혀버렸고 그보다 예전까지 쓰다가 방치해 놓은 무려 180cm짜리 위성안테나가 어디론가 없어져 버렸다는 거다. 덩치도 큰데다 쇠덩어리인지라 걱정이 되서 잠이 확 깨는데 밖에 가서 찾아볼 엄두는 도저히 안나지만, 창문밖으로 어렴풋이 보니 10미터 정도 옆으로 날아가서 낮은 나무들 밑에 숨어 있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다행히 더 날아갈 것 같지는 않아 다시 잠을 청했지만 태풍의 위력이 새삼스럽게도 무섭게 느껴졌다.
출근길에도 보니 종종 다니는 고속도로 옆길, 꽤나 키가 큰 소나무 십여개가 있던 자리에 여러 개가 쓰러져있다. 평소에 고속도로와 그 지방도 사이 넓지도 않은 곳에 그 큰 나무들을 옮겨 놓은 것도 어색하던 차에 밤길에 지나가다 보면 여러 색깔 조명까지 바닥에서 비추고 있어 가끔은 음산한 느낌마저 들던 곳이었다. '도대체 누구인지 참 생각없다'라고 중얼거린 적도 있었는데 오늘 보니 쓰러진 큰나무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어렵게 바람 속을 달려 출근해 보니 회사 바로 위쪽 이마트 앞길에는 어느 차가 쓰러진 나무에 깔렸다고 한다.
그래... 인간들이 아무리 잘난 체 해봐야 자연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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