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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록, 삶의 흔적

표정

주로 주말이면 들르는 셀프주유소가 있다.

요즘같은 고유가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목적도 있지만

종종가는 할인매장을 갔다가 나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들르게 된다.

 

그곳 셀프주차장만의 광경이 있다.

항상 내 앞차에서 직접 주유를 하는 이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것이다.

원래가 차 안은 잘 안보이는지라 의식을 안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뭔가에 찌들어 있는 듯한 표정이 상당수이다.

아주 비싼 외제차든 경차든 그들의 표정은 별 차이가 없다.

찡그린 표정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그다지 편하지가 않다.

가끔은 정말 아주 드물게 밝거나 온화한 표정으로 차분히 주유를 하는 이가 보인다.

역시나 그 표정을 쳐다 보는 내 맘도 밝아진다.

그래서 난 기름을 넣을 때마다 항상 미소를 띄곤 한다.

다분히 의도적일 때도 있지만 적어도 내 뒷차에서 날 바로보는 이에게

밝음을 드리고자 함이고 연쇄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그러다보니 차 안에 아이들이 있는 경우 농담을 주고 받게도 되고

냄새 나는 그곳이 그다지 지겹지 않게 느껴지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의도적인 미소도 자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곳 셀프주유소에서 늘 웃는 얼굴이 되는 편이다.

 

작년 큰 아이가 손가락이 부러져 데리고 병원을 간 적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어느 할머니를 보게 되었는데

그 분의 표정은 도저히 환자같지가 않았다.

'참 곱게도 늙으셨다'는 혼잣말이 절로 나올 만큼

그 분은 그렇게 밝으셨다.

어떤 병인지 몰라도 어쩐지 금방 나으실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표정'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을 보면서 표정을 바꿔 보면

신기하게도 그 사물의 표정이 바뀐다.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면 심지어는 콘크리트 건물마저도 웃는 듯 밝아진다.

 

무심코 내가 짓는 '표정'

그것은 나의 것이자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확히 거울이 되어 반사된다.

그래서 난 오늘도 웃고 산다.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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