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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록, 삶의 흔적

지저분한 햄버거 가게

지난 토요일 저녁 성남아트센터에서 두아이와 큰 아이 친구까지 기타연주회를 관람한 뒤 돌아오는 길에 모 패스트푸드 점에 들렀었다.
명동에서 늦은 점심으로 칼국수를 잔뜩 먹은지라 배들도 별로 안고픈데 그래도 가볍게 저녁은 해야 되겠다 싶었다. 그래도 몇 달에 한 번 갈까말까 하는 편이라 아이들은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 매장은 극장을 끼고 있어서 손님이 제법 많은 곳이었다.
그런데 주문을 하면서 보니 이 집 위생상태가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아 보였다. 우선 조리를 하는 남자 알바생들의 유니폼이 이만저만 지저분한게 아닌 것이다. 여기저기 시컴시컴 때가 묻어 있고 얼핏 봐도 한동안 세탁을 안한 모양새이다. 게다가 하나같이 깔끔한 차림새인 놈이 없다.
모두들 모자 뒤로 삐져나온 긴머리가 덥수룩했고 그 또한 단정하지 않았다.
그나마 주문을 받고 왔다갔다 하면서 정리하는 여자 알바생들 옷도 남자애들보다는 좀 낫긴 했지만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 것이었다.
마침 주문을 받는 이가 주인으로 보이는 40대 초반의 여자분이어서 물었다.
"여기는 직영입니까, 아니면 대리점입니까?"
"대리점인데요..."
"조리하는 총각들 유니폼이 너무 더럽네요~"
"아~ 곧 유니폼을 교체할 예정이거든요"
"....."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생각이 안났다.
이게 적절한 대답인가? 유니폼을 곧 교체하면 저렇게 더러워도 된다는 의미인가? 게다가 '참 오지락넓은 사람 다봤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이고 딴데 가기도 그렇고 그냥 먹으면서도 영 찜찜했다. 잠시후 주문 받는 한쪽 스탠드에 조금 전 씻은 듯한 플라스틱 투명 음료수 통을 올려놓는 것이었다.
보통 패스트푸드점에서 주스나 음료수를 몽땅 담아놓고 컵으로 따라서 파는 통이다. 그런데 그 통의 입구쪽을 보니 시컴시컴 뭔가 잔뜩 묻어있다. 가까이에서 보니 오래된 곰팡이 자국이다. 집에서 화장실 실리콘 부근에 끼는 그런 곰팡이였다.
아내가 바로 옆에 있는 여자 알바생한테 제대로 청소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긴 했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아내가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몇 번을 이야기한다.

집에 와서 고민하다 그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고객의 건강, 위생... 뭐 이런 문구가 잔뜩 보여서 안되겠다 싶어 '고객의 소리'에 오늘 겪은 일을 적어 넣었다. 그 매장이 문제가 아니고 당신네 가게는 이제 안가게 될 것 같다고 적었다.

한 20년도 더되기 전쯤 들은 이야기로 기억한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이 종로3가에 오픈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우리나라 최초 진출인지라 매장 오픈 직전 미국 본사에서 점검을 나왔는데 2층부터 둘러보고 좋은 시설에 아주 흡족해 했다고 한다. 그런데 1층에 내려와서 둘러보다가 갑자기 파리 한 마리가 휭 하고 지나가는 것이 목격되었단다. 그러자 본사 담당자는 바로 현장에서 '불합격, 그리고 매장 철수'를 전격 선언하였다고 한다. 불과 일주일도 안 남겨 놓은 상태에서 그 파리 한마리에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눈 앞의 이익보다 회사 전체의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객의 건강을 중요시 여기는 마인드의 문제인 것이다.

이 이야기를 그 매장 주인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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