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CD가 나왔을 때만 해도 엄청난 변화였다.
액세스 방법이 sequence에서 random으로 바뀐 것만으로도 그랬다.
mp3가 나올 때만 해도 압축된 음질 때문에도 그 편리함을 거부한 골수 음반 수집가들은 CD를 여전히 고수했었다.
하기야 아직도 턴테이블을 버리지 않는 애호가들도 있다.
점점 CD 시장이 위축되긴 해도 여전히 하이엔드 CD플레이어도 신제품이 나오곤 했었다.
오히려 mp3로는 상대가 될 수 없는 XRCD, SACD, 최근 들어서는 K2HD가 나오더니
24-bit 352.8KHz로 무장한 DXD도 발매되고 있다.
그런데 대세는 CD의 수명을 더욱 짧게 하고 있는 듯하다.
하이엔드 기기를 만들어내는 Linn에서 더이상 CDP를 만들지 않는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 마치 신호탄인 것처럼
이제 Hi-Fi는 PC를 기반으로 하는 PC-Fi로 옮겨가는 추세이다.
그에 맞게 다양한 가격대의 PC-Fi용 DAC 등이 여러 업체에서 발매되고 있다.
비싼 기기 만드는 회사답게 Linn은 PC-FI 용 Klimax DS라는 3000만 원대의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성능 좋은 사운드카드도 마찬가지로 여러 업체에서 만들어 낸다.
편리함으로 LP를 밀어낸 CD가 그 편리함 때문에 밀려나고 있다.
파일로 변환하여 HDD에 폴더별로 저장하면 관리, 검색, 감상 모든 면에서 엄청나게 편리할 수밖에 없으니..
게다가 음질마저 CD를 능가할 만한 환경이 되니 밀려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정체하는 CD에 비해 PC-Fi는 나날이 진화까지 하고 있다.
최근에 지인이 20년간 모은 1600여장의 CD를 모두 처분했다고 한다.
450만원에 내놓았는데 문자와 쪽지가 엄청나게 왔다고 했다.
모두 무압축 파일인 flac으로 바꿨다는데 그 노력도 대단하다.
작년에는 수백장 되는 dvd도 모두 처분하는 걸 봤는데 사실은 그 과감성이 더 부럽기도 하다.
우리 집에 있는 1000여장의 dvd는 블루레이에 밀려서 정말로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으니...
사실은 몇 달 전 나도 600장 정도를 wav 파일로 바꿔 놓았다. 모두 260GB정도 용량이나 되었다.
대전가면 편하게 들을 요량으로 귀찮은 그 작업을 3주간 해서 손바닥만한 외장하드에 모두 담아 놓았다.
다행히 일부 음반을 제외하고는 리핑하는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에서 앨범자켓, 음반정보와 곡명까지
정보가 함께 포함해서 저장을 해 주었다.
얼추 3000장...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도 20년 넘게 모은 음반이니 참 열심히도 샀다.
언젠가는 지금 남겨놓은 몇 십장의 LP처럼 절대로 못버릴 것들만 남겨놓고는 정리를 하긴 해야될 것 같은데
아직은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래도 생각보다 그 시기가 당겨질 것만 같다.
얼마 전 LP에 대한 블로그 글을 읽으신 분이 친정 집에 가서 턴테이블과 LP들을 챙겨와서 설치를 했다고 했다.
와인 한 잔에 남편과 듣는 LP 덕분에 집안 분위기마저 좋아진 것 같다고 한다.
찌직거림이 섞인 LP는 소리도 참 따뜻하다.
상대적으로 차가운 CD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소리가 있다.
당연히 주로 귀에 꼽고 듣는 mp3로는 근처에 갈 수도 없다.
진화하고 빠른 속도로 바뀌는 것들을 목격하고 사용해 본 세대이고 나름 얼리어댑터 소리를 듣는나도
좀더 나이를 먹으면 턴테이블을 다시 연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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